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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_이론과 실제, 그리고 알파고 - 삭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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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_이론과 실제, 그리고 알파고 - 삭감(5)
2018-11-10     프린트스크랩

IV. 삭감의 숙제와 ‘넓다’는 현상

안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어떤 단계에 도달해야 안다고 할 것인가.

공자 말씀,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달리 말하면, 의식을 돌아보는 힘, 그것이 있다면 아는 것에 묶이지 않는다, 그것이겠다.
말씀, 그 얼마나 높은 경지인가.

이 글은 이야기했다.
선분 위에서 삭감의 자리 찾으라고.
꼭지점 부근에서 삭감의 자리 찾으라고.

고수의 눈으로 보면 고지식한 답일 수 있겠다.
“이런 경우만 이런 거야!” 그리 말하는 것과 진배없으니 말이다.

애기가 여러분께 고지식한 수준이 아닌 경지를 몇 개 보여드리고 싶다. 적절한 사례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좌우간 삭감도 즐기고 삭감 넘어선 삭감도 즐기시라.

1. 사선에 놓인 삭감 자리

선분.
지난 글 말미에서 하나 보았듯이 그것은 사선(斜線)으로 주어지기도 한다.

▼ (1도) 이세돌과 알파고 제5국

실전에서는 삭감이 깊었다. 흑1 삭감은 깊었다. 앞서 이야기 했다. 삭감은 살짝 깎는 기분으로 하는 게 좋다고. 여기서 마늘모는 깊었다. 백2 모자 공격에 답답하기만 하다. 그리고 초점은 상변이 아니다. 상변과 중앙, 우변에 걸치는 큰 세모가 초점이었다.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까?

▼ (2도) 사선(斜線) 위에 자리 있다


2도 흑1이 기사들의 검토에서 나온 삭감이다. 좋다.
선분이 아니 보이는데?
아니다. 상변 백돌(△)과 중앙 백돌(△)을 사선으로 연결해보라. 그 위에 놓여진 자리다.
사선도 선분이다.

선분, 그리고 사선. 그 이론을 모르면 왜 저 자리인지를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수 년 공부해서 얻을 것을 이론을 알면 훨씬 빨리 습득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전문 분야가 그렇다. 10년 끙끙 앉아봤자 이론 모르면 고생한다. 첫 방향 못 잡으면 공부할수록 미로다.

2. 삭감의 삭감 아님

아마도 어려운 것은 삭감의 수법을 활용하는 것일 게다. 매우 어렵기도 하고 독창적인 재능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삭감의 형식을 이용하되 삭감이 목적이 아닌 것.

▼ (3도) 이세돌과 알파고 4국


▼ (3-1도) 이세돌과 알파고 4국


흑1이 처음 보면 삭감이다. 우변의 삭감. 그러면 이런 맘 든다. 아니, 지금 국면에서 우변이 급한가? 상변과 좌중앙이 초점 아닌가?

답은 그 후의 진행에서 얻겠다.
흑5~흑9가 흑1이 기대한 것으로 참 좋은 수법이었다. 이후는 숫자 순. 백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흑1이 너무나도 강하게 우변 백을 압박하기에 백은 손을 뺄 수가 없었다.

앞으로 알파고의 삭감 수법을 눈여겨 보시라. 이 글이 나갈 때 쯤엔 프로들의 해설에도 많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4도도 보자.
커제의 기발한 착상이 나온 국면이다.
아, 그런데 이거 지금 보니 삭감하고는 관련이 없구나!
오로에서 김성룡 9단의 칼럼을 읽고는 머릿속에 인상 깊었던가 보다.

뭐, 하지만 좋다. 귀한 발상이니 감상하자.

▼ (4도) 반격의 발상 백 커제 흑 천야오예

백6이 놀라운 착상. 커제의 천재성이 유감없다. 다음 흑A는 백B~백F까지 백이 중앙이 넓어 크게 유리하다. 상변 흑1 백2 교환도 흑의 악수가 된다. 본래 흑1은 흑5 이후 백a 흑A 백b 흑c 축을 노린 것이었다.

자, 정말 어려운 것은 다음 경우다.
이세돌 알파고 제2국의 우변 삭감을 알려주는 수.
그리고 2007년 알파고의 바둑에서 정말 많이 등장하는 수.

오청원과 기타니 치수고치기 10번기 제1국이다. 두 기사 모두 당시 최고 단위인 7단이라 기계 제1인자 경쟁이 되었다. 슈사이 명인 은퇴 직후다.

▼ (5도) 응수타진의 걸침 백 오청원 흑 기타니


5도 백4는 응수타진. 흑이 실전처럼 받느냐, 아니면 A로 받느냐? 그것을 보고 다음 수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실전은 백이 흑5를 보고 B나 C가 아닌 백8을 선택했다.

손을 뺀다….
상대 입장에서는 약간 김새는 일이기도 하다.

6도 7도가 실전인데, 세 번 손을 뺀 국면이다.
당시 덤이 없는 바둑이니까, 백은 어떻게든지 흑의 선착 효를 줄여야 했고 흑은 견실하게 두어서 충분했다.

실전을 보면, 흑이 너무 견실한 거 아니냐, 두텁기는 한데…. 그런 마음 아니 드는 사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두어도 된다. 바둑은 된다. 실제로 이 바둑은 흑이 우세했다. 끝내기 단계에서 깜박 했지만 말이다.

▼ (6도) 두 번째 손을 빼다


▼ (7도) 손을 세 번째 빼다


▼ (7-1도) 손을 세 번째 빼다


다시 돌아보면, 5도에서 백이 손을 뺀다면, 그래서 6도인데, 이는 애초에 흑의 날일자 굳힘에 백이 마늘모 삭감 들어간 것과 다름이 없다. 7-1도는 실전 진행.

이것이 프로들에게 숙제다. 필자 알기로 이 문제는 정말 어려운 것이다. 어떤 프로도 이 문제를 자신 있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초반 이른 시기에 마늘모 응수타진이 좋은가, 여부에 대해서는.

다시 보자.
8도 백6이 어렵다.

▼ (8도) 초반의 응수타진 – 오청원의 추천

때문에 해설자가 이세돌 알파고 2국에서 우변 삭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던 것이다.

▼ (9도) 이세돌 알파고 2국 삭감


3. 넓다, 는 현상

삭감은 쉽다. 상대 집을 가볍게 깍는 정도로 만족하겠다고 한다면.
선분 위를 노닐면 되는 것이다. 꼭지점 부근을 배회하면 되는 것이다.

어렵기도 하다. 삭감의 수법을 깊고 다양하게 활용하고자 한다면.
앞서 사카다와 후지사와의 최고위전 바둑에서 보았듯이, 눈목자 삭감은 상대의 집을 깍는 것에도 관심이 있지만, 그보다는 전체 국면을 폭넓게 다루고 싶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삭감에 속한다.

삭감. 그것은 결국 줄이고 늘리고, 막고 열고, 깨고 일으키고… 그리 하는 것이다.
결국엔 공수(攻守) 와중에 공간감을 잘 느끼는데 달린 것.

▼ (10도) 1978년 기념대국. 백 藤澤秀行 흑 조훈현


▼ (10-1도) 1978년 기념대국. 백 藤澤秀行 흑 조훈현

10도 흑9는 얻기 힘든 타이밍이었다. 보통은 삭감이라고 볼 수 없지만, 지금은 우측 백이 감세(減勢)되어 삭감의 효과 크기만 하다. 이후는 숫자 순.

당연한 정석이지만, 어떤 타이밍에서 쓰느냐?
그것에 의해 삭감이 되기도 하고, 아니 되기도 한다.

바둑이란 것이 제한하고 넓히는 게 중요한 놀이고, 또 그 제한하고 넓히는 것은 삭감을 포괄하는 개념임을 알겠다.

제한하고 넓힌다…
그와 관련해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다.

‘넓다’는 현상이 그것이다.

오래 전부터 관전기엔 이런 표현 많았다. “흑1이 좋아 반상이 흑에게 넓어졌다.” “이렇게 마무리 되어서는 불만이야. 반상이 좁아졌잖아?”

‘상수의 하수 접기’에서 필자는 말하곤 했다. “백은 반상을 넓혀야 합니다. 이미 선점된 흑 돌로 인해 반상은 꽉 짜여져 있기에 그렇습니다. 짜여진 반상은 백의 선택을 옥조입니다.” 이리도 말했다. “반상을 열어젖혀야 한다.”

세상도 말한다. 좌절한 청년에게, 사업에 실패하거나 인간관계에 실망한 중년에게, “인생을 넓게 바라봐라.”

다들 은유적 표현법이다. 좁은 기준으로 바라보지 말라, 그런 얘기겠다.

바둑의 경우는 어떤가.
만약 물리적으로만 본다면, 반상은 19줄보다 21줄, 23줄이 더 넓을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반상은 결국엔 부차적인 중요성만 가진다. 인식에 의해서 반상의 호오, 선악이 결정되니까 그러하다. 판단은 인식을 전제하는 것.

뿐만 아니다. 인식의 힘에 의해서 반상의 물리적인 특성도 변한다.
필자는 21줄 반상이 19줄보다 더 넓다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바둑』에 써 두었다. 『바둑의 발견 2』에도 써 두었다.

삭감을 배우면 자칫 반상을 물리적인 크기로만 다루기 쉽다. 물론 초기에는 그래야 한다. 하지만 눈에 당장 보이는 집으로만 반상을 파악해서는 곤란하다. 그건 좁은 안목이다.

이미 집의 기준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언어가 바둑에서도 발달해온 것을 생각하자.
‘두텁다’ ‘엷다’ ‘강하다’ ‘맛좋다’ ‘반상의 천왕점’ ….

바둑에서 ‘좁다’ ‘넓다’ 도 그런 은유적인 표현법이다.
집의 다과(多寡)만을 기준한다면 ‘좁다’ ‘넓다’ 대신에, ‘많다’ ‘적다’와 같은 개념 쓰고 있지 않은가. 

삭감도 결국엔 반상을 크게 다루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반상을 질감으로 다루는 이해를 두세 가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질감 좋은 삭감책 선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1) 넓다, 는 현상 하나

하늘은 넓기만 하다. 끝간 데 없다. 하지만 넓다는 인상 제대로 받기는 쉽지 않다.
도시는 넓을 수도 있고 좁을 수도 있다. 비교 나름이고, 또 느낌 나름이다.

이유가 있다.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느끼는가. 노인에게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청년에게는 그렇지 않다. 청년에게는 일반적으로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으니 그러하다. 하지만 세상 일에서 손을 뗀 노인에게 새로운 사건이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언제나 어제와 오늘이 같다.

시간은 사건에 의해서 인식된다. 사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간이 왜 그리 힘들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반상도 그렇다.
아무런 돌이 놓여지지 않은 반상은 넓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돌이 잔뜩 깔린 반상도 넓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적당한 개수의 돌이 놓여져서 변화의 여지가 많으면 그 반상은 넓다고 여겨진다. 돌은 사건으로, 반상은 시간으로 대체하면 되겠다.

반상에서 우리가 얻는 감정은 조건에 의해 좌우된다.

표1을 보자. 예전에 조사했을 때, 순장바둑은 미학적으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반면에 중국의 사전배석제는 아름답다고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질문은 이랬다. “어느 그림이 안정적인가요?” “어느 그림이 아름다운가요?”

▼ (11도) 순장 바둑의 포진


▼ (12도) 중국의 사전배석제


▼ (13도) 자유 포석의 예 -수책류



표1. 포진(布陣)과 심미안

-----------------------------------------------------    
             자유       순장       중국         합계 
-----------------------------------------------------
문외한      7         10        29            46
아마       12          0        10           22
프로       23          1         5           29
-----------------------------------------------------
합계       42         11         44           87
-----------------------------------------------------

이유의 하나는 순장의 경우 꽉 짜여진 것에 있었다. 답답하다고 답한 분들이 많았다.

자, 이제 우리의 주제로 들어가자.
바둑은 넓은 바둑이 좋다.
 
다케미야 9단이 좋은 예를 제시해 준 적 있다. 14도로 가져오겠다.


▼ (14도) 장면도

15도가 다케미야의 예상도 중 하나다.

▼ (15도) 흑이 좁다

15도 우상 백2 침입이 깊은 생각을 가진 출발. 초점은 상변을 넓히고 우변 백을 두텁게 하는 것. 백6 이후 백A 흑B 백C 뒷맛이 남아 우상 흑이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백D를 두어 백A 엿보는 것도 있어 상변은 백이 두텁다.

백2 두지 않고 백4를 먼저 두면 흑은 a 반격한다. 이후 백2 침입은 흑5 백3 흑E로 양보해서 상변을 중시한다. 그건 백 실패. 두터움을 얻으려면 귀의 실리에서 약간의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 그것까지 손해 안 보려하면 지나치다.

▼ (16도) 흑이 넓다

16도 흑1이 정말 훌륭한 감각이다. 이리 두면 백이 움직이기가 대단히 힘들다. 다시 말해, 백의 선택권이 극히 좁아진다. 우변 백이 약하기에 우상귀 침입은 바랄 수 없으며 중앙 또한 흔히 말하는 발언권이 약해진다.

▼ (17도) 흑이 넓은 이유 – 중앙은 7줄

흑이 넓은 이유를 다르게 설명하자.

17도 백1 흑2는 그럴 듯한 호흡. 이 경우 전체 국면이 어떤가.
무엇보다 세모가 잡힐 듯이 그려진다. 흑2와 두 개의 흑돌(▲)이 만드는 세모, 큰 세모.

바둑판이 19줄이라고 하지만, 이 장면에서 바둑판은 불과 5~7줄 정도로 좁혀진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의 크기 말이다.

이 국면에서 반상 변화의 주도권은 흑에게 있다.
바로 이것이다. 변화의 주도권을 쥔 쪽은 말할 권리가 있다.

“반상이 넓다.”

‘반상의 넓이’를 몸에 익히기 위해서는 다음 사실을 주의해야 한다.
초반에도 돌이 몇 개만 놓이면 중앙으로 한 칸 뛴다든가, 하는 것이 대단히 큰 힘을 발휘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왜냐. 초반 돌 몇 개만 놓여지면, 반상은 아무리 늘려도 9~13줄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9~13줄 세상에서 한칸의 가치는 비할 바 없이 높아진다. 초반에서 턱 하니, 중앙으로 한칸 뛰어두면 세상 모르게 편한 것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바둑은 그리 두는 것이다. 왜냐. 바둑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자, 한 마디로 요약하고 넘어가자.

‘넓다’라고 부르는 현상에는 변화의 가능성과 두터운 효과가 개입한다. 앞날의 전망도 중요해 반상을 넓게도 만들고 좁게도 만든다. 눈으로도 그렇고 수법의 주도권에서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2) 넓다, 는 현상 둘째

어둠이 밝음을 숨기듯이 강한 외면은 약한 내면 숨기고 있다. 잘난 체하는 것은 열등감 때문이며, 아는 체하는 것은 무지가 두렵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필자를 괴롭힌 문제 하나가 바로 이런 표현법이었다. 힘들어서 웬만하면 내용도 형식도 몽땅 부정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문제였다. 그러면 “아는 체하는 것은 무지가 두렵기 때문이다.”가 되는 듯했다.

그래도 비슷한 형식을 오늘은 써먹고 싶다.

“깊이 삭감하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는 것은 삭감을 알지 못해서 그러하다.”

대략 그리고 대충, 맞는 말이다. 삭감에서 깊이 들어가지 않고 뒤로 한 발 물러선다고 해서 곧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상변에서 한 발 물러서면 곧 하변으로 한 발 다가가는 이치다.

이시다(石田) 9단의 포석 강의가 기억난다. 제목을 잊었는데 포석과 접바둑 책 두 권 읽었다. 좋은 내용이었다. 이름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책 내용에 깊이 참여한 것이 분명했다.

다음 18도가 기억에 남는다. 정확한 그림은 아니다. 주제 다루는 정도만 그렸다.
좌하귀 백을 어떻게 정리하느냐?
꼭 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 초점만 드리겠다.

▼ (18도) 장면도 – 백이 둘 차례, 초점은 좌하


▼ (19도) 날일자 두지 않고 한 줄 물러서도 충분


▼ (19-1도) 날일자 두지 않고 한 줄 물러서도 충분

 
이시다 9단이 제시한 것이 여기 백1과 같은 수법이었다.
이리 두어도 바둑은 된다, 고 두 번 세 번 강조했다.
백5 이후는 숫자 순.

만약 백1을 백A에 두면 여기서는 흑의 응수가 뻔하다.
흑B 백C 흑1 싸우는 것 외에 다른 수는 없다. 좌상변은 흑이 강한 곳. 싸움은 할 만하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한 줄 정도는 양보해도 좋다!

왜 그런가. 상변에서 한 줄 양보하면 중앙으로 한 걸음 더 나간다. 그러면 중앙에서는 한 걸음 강하게 된다. 그런 이치를 적용하면, 반상이 넓게 될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건 아래에서 말하는 슈코의 두터움과 비슷한 이치가 적용되어서 그렇다.

3) 넓다, 는 현상 셋째

모든 착수는 반상을 넓게도 만들고 좁게도 만든다.
일반적으로 말해, 두터운 수법은 반상을 넓게 만드는 경향이 있으며, 집을 중시하는 엷은 수법은 반상을 좁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요점은 하나다. 두터우면 상대는 약해진다.
약해진 상대에게는 약점이 남고 그것은 반상이 끝날 때까지 고약한 맛으로 남는다.

20도는 후지사와 슈코의 바둑. 그는 백1 지켰다. 이런 수를 좋아했다. 두터운 수. 당연히 두텁다. 세모 형상이라 안전하고 안정적이다. 그러기에 점차 주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니까. 2 이하 숫자는 다음 진행. 7은 꼭지점(백A 흑B가 백의 선수임을 전제). 이제 하변 흑은 약해졌다. 백이 C 정도로 두어도 흑을 엷게 만들 수 있다.

▼ (20도) 물러서고 지키고

▼ (20-1도) 물러서고 지키고

욕심이 가득한 수법이기도 하다. 만약 바둑을 잘 모른다면 후흑론(厚黑論)을 떠올릴 법하다. 뭐, 대체 누가, 그리 천천히 느릿 느릿 두겠나?

후지사와의 내면엔 사실 욕심이 가득했다고 하겠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그런 것. 인생을 바쳐 ‘이 한 수’를 얻고자 했으니 말이다. 그런 것을 일러 에고를 벗어난 욕심이라고 부르긴 한다마는. 그런 욕심이기에 그에게는 중독도 자부도 겸손도 있었겠다 싶다.


글을 매듭 짓겠다.

인터넷에서 바둑 하나 봤다. 대국자에게 양해를 얻지 않고 이름을 밝혀도 되는지 모르겠다. 관전을 허용했기에 여기 밝힌다. 허물이 된다면 말씀 주시라.

(21도) 흑 종정2(6단) 백 이가장(6단) 2016. 12. 21. 사이버오로 대국실.

중앙 백8 삭감이 깊다. 아래 위 선분을 생각한다면 A가 적절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흑 9 모자가 두고 싶은 자리.

왜 백은 깊이 들어가야 했을까?
우변에서 먼저 실리를 얻었기에 흑에게 세력을 주었던 것에 탓이 있다. 요컨대, 실리를 중시하다보니 상대의 집이 깊어졌고, 때문에 깊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백2를 두지 않았다면 우변엔 B 침입이 남아 있어 중앙과 하변의 깊이는 훨씬 얕아졌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는 이리 두는 경향이 있다.

1) 실리를 중시한다. 상대에게 집 주기는 싫다.
2) 집을 중시하니 상대에게 세력이나 두터움을 주지 않을 수 없다.
3) 승부를 맞추려면 무리를 알면서도 깊이 뛰어들어야 한다.

아마추어는 아무래도 숙달이 부족한 애기가. 생업이 아닌 분들. 그러니 승부를 많이 하지 않았고, 끈질기게 불리함을 참고 기다린 적도 없다. 두텁게 두면서 차분히 기다리는 것은 사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

삭감은 제한하는 것. 불안을 지켜내는 것. 인내하는 것. 프로가 공짜로 프로된 것이 아님을 알겠다. 물론이다. 필자도 10년 쏟았다.

그러면 어떡하면 좋지?

수법을 의도적으로 선택하면 어떨까?

그것이 좋다.
해보는 것이다. 의도적인 선택, 그것이 공부다.
사실 모든 공부는 자신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삭감을 즐겨 하면 점차 두 가지 좋은 점이 나타난다. 곧 안목이 도타워진다.

1) 느긋해진다
2) 두터운 맛을 알 수 있다


이상, 글을 마친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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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정신 |  2018-11-11 오전 12:00: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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