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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고향을 여행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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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고향을 여행하다 (2)
2017-10-26     프린트스크랩
▲ (자료) 산해경 속의 화산의 한 장면.

2. 산해경 음산을 취재하다.


산해경은 박물지보다 한 단계 높은 신화적 어법으로 쓰인 책이지만 박물지에 전하는 요순의 바둑 신화보다 바둑에 한해서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다.

산해경의 이 기록을 '소천탁치'는 박물지의 요순의 바둑 기록보다 앞서는 기록이라 하고 '주백고'는 휴여산이 신들이 모여 바둑을 두던 산이라 고증을 한다.

세상에 이런 판타지가 있을까.세상 개벽 이래 이리도 신기하고 놀라운 땅에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세계가 있을까.  

산해경(山海經)은 BC 3세기에 결집되어 선사시대의 신화적 담론을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산해경'은 중국 고대 신화와 전설의 모체로, 중국 고대의 인문 지리를 묘사하고 있는 중국의 삼국유사(?)다.  

산해경은 삼국유사보다 1천년이나 먼저 쓰여졌고 저자 또한 불명이다 보니 사서(史書)로 약점이 있다 할 것이나 신화를 역사로 읽어내는 학문적 성과가 나오면서 중국 고대사 연구의 중요한 텍스트가 된 책이다. 이 산해경이 선사시대 바위에 그림을 새겨 넣던 음산(陰山) 사람들을 기록하고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곤륜산에서 서쪽으로 가면 음산이 있다. 탁욕수가 이곳에서 발원하여 번택으로 간다. 그 물속에는 오색 조개가 많다. 산속에는 천구(天狗)가 사는데 모양은 고양이고 머리는 회다. 야옹야옹 운다. 사람이 천구를 키워 짐승을 막는다. - 서차삼경]


산에서 산으로 층층구조를 이루며 전개하는 487개의 산의 판타지는 스토리의 점층적 나열을 떠나 오늘과 내일 그리고 과거와 미래라는 우주적 순환구조를 보여준다.산해경은 요순시대 이전을 말하고 있다. 황제, 전욱, 제곡, 요, 순으로 이어지는 삼황오제 시대의 오디세이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데 이 산해경 속에 바둑의 에피소드가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환상과 환상으로 점철 반복하는 메타포는 환상의 방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현실을 디딤돌 삼고 있기에 신화를 넘어 신화로 포장된 현실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음산암각화가 보여주는 고대인들의 기록은 산해경의 그것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음산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고종산'이 나오고 서쪽으로 '휴여산'을 지나면 황제가 제사를 지내던 바둑판돌이 있다고 한다.


苦山之首曰休與之山其上有石焉.名曰帝臺之碁.
五色而文其狀少鵠유帝帶之石.所以禱百者也.腹之不蠱...
- 산해경 중차칠경(中次七經)


고산(苦山)이라고 한다. 고산은 황하 중류에 있는 산인데 눈과 털이 붉은 산돼지 모양의 형상으로 바른말을 잘 하는 산고(山蠱)가 살고, 산의 정상에는 노란색에 잎이 둥근 나무 황극(黃棘)이 자란다. 고산은 휴여산, 고종산, 고요산 등을 좌우 2백 리 안에 거느리고 있는 명산이다. 이 고산의 줄기에 휴여산이 있다. 휴여산 정상에 돌이 있는데 帝의 바둑돌이라 한다는 것이다.  


돌은 오색인데 메추리알처럼 생겨 ‘제대(帝臺)의 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 돌은 온갖 신들에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기도 하고 신들의 놀이로도 이용되며 사람이 돌을 갈아 마시면 약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산해경의 이 기록을 '소천탁치'는 박물지의 요순의 바둑 기록보다 앞서는 기록이라 하고 '주백고'는 휴여산이 신들이 모여 바둑을 두던 산이라 고증을 한다.  


고종산은 '회남자'에도 보인다. 신들이 모여 놀던 산이 휴여산이란 것이다. 중국 고대의 자료인 '목천죽간'은 염제의 딸 '여시'가 죽어 묻은 곳이 고종산이라고 한다. 휴여산 고종산 고산은 중국 신화의 중심 산이다. 帝의 바둑돌은 박물지에 전한다는 요순의 바둑신화보다 앞서는 기록으로 바둑이 삼황오제의 창조 신화까지 역사가 올라간다는 증거인 것이다. 신화는 신화일 뿐이라 하지만 20세기 탁월한 언어학자 '바르트'의 말은 음미할만하다.  


- 신화는 언어와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 체계다.


이 말은 언어가 일차 기호 체계라면 신화는 일차 기호 체계로 공표하지 못한 '기표'와 '기의'를 함의한 '메타' 언어라 할 수 있다는 거다. 다시 말해서 신화는 신화 안에서 2차 언어로 무엇인가를 말한다는 것이다. '바르트'나 '소쉬르'는 신화를 역사의 1차 사료로 접근하는 길을 열어 놓은 사람이랄 수 있다.  


제대(帝臺)를 놓고 여러 해석이 뒤따른다. '소천탁치'는 臺는 의미 없는 글자로 보았고 '주백고'는 帝의 바둑판이라 한다. 帝臺는 제사를 올리던 바둑판 모양의 돌 정도가 아닌가 한다. 그렇게 해석을 하면 제대지석(帝臺之石)이 온전히 해석이 된다.  


주역 '귀매괘'에 귀매제을(歸妹帝乙)이 나온다. 제을(帝乙)은 은의 마지막 왕 '주왕'의 아버지다. 제을의 여동생이 시집을 간다는 의미다. 은허점사의 시대에는 帝는 신이자 군왕이다. 臺의 갑골문의 뜻은 사당 위에 풀이 자라 있는 모습이다. 사당은 제사를 지내는 곳이고 그 위에 풀이 나 있으니 노천에 방치된 제단, 즉 커다란 바위 정도가 아닐까. 


帝가 휴여산에 와 제대의 바둑돌을 이용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것은 바둑의 출발이 유희(遊戱)라기보다는 점복에 가깝다는 말로 이해된다. 휴여산에 거동한 帝를 '한서'는 황제로 특정 한다. 황제는 삼황오제의 첫 번째 바로 중화민족의 창조 조(祖) 바로 그 사람이다. 산해경은 박물지보다 한 단계 높은 신화적 어법으로 쓰인 책이지만 박물지에 전하는 요순의 바둑 신화보다 바둑에 한해서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다. 음산과 휴여산 사이에는 화산(華山)이 있다. 오늘날 섬서성 동북부에 있는 화산은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그곳이다.  


산해경 속의 한 장면. 도교의 신선 사상 속에 기능하는 화산의 신선대국은 이렇게 시작된다. 선요한 계곡에서 솔잎과 맑은 물만을 마시고 사는 신선들이 물욕과 시간을 초월하여 바둑을 두며 산다는 선국암 설화로 남은 상산사호의 원형이 화산에 있다.  


음산의 시대는 은허문자가 생겨나기 이전의 시대다. 산해경은 이 시대를 기록한다. 이 시대에 허허롭고 아득한 천상의 세계에서 두어지던 바둑은 심산유곡에서 두어지던 놀이였고 대국자들도 신선이다. 신화는 신화일 뿐이라지만 신화는 역사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또 다른 방식이기에 그냥 넘길 수 없는 생명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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