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연암 선생의 한가위 (1)
Home > 컬럼 > 이청
연암 선생의 한가위 (1)
2017-09-30     프린트스크랩
▲ 연암 박지원의 초상.

1798년 음력 8월 면천군수 박지원은 한양 계동집을 지키고 있는 아들 종채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 속에는 200년전 면천(沔川)의 풍경이 아스라하게 살아있다.


-
편지를 받아 본 지가 꽤 오래되고 보니 답답한 마음 가눌 수가 없다. 하늘은 높고 해는 빛나는데 서리 기운이 점점 다가오니 온 집안에 별일 없느냐.

이곳은 생활이 전과 다름이 없다. 생각은 말미를 청해 성묘를 가려고 제수를 모두 마련해 놓았다. 조상님들과 가까운 친척들 그리고 종형 산소를 차례로 살펴보려 제물을 모두 마련했는데 갑자기 휴가가 취소되었구나.

가을걷이가 한창이고 임금님의 분부가 지엄하여 어쩔 수가 없구나. 결국 쪼그리고 앉아 내년 봄을 기약할 뿐이다.

(
覽書爲日梢久 殊深戀鬱 天高日晶 霜氣漸爾 揮舍擧獲无恙否 此中眼食無減 潗擬謮由 直省廣秋 祭需皆措備 且擬易掃勤 峴季父從兩山 故祭物易皆措裏矣 忽地由牀見退 諉以秋務方張 朝飭亦至嚴云 未免坐 憮然失圖 奈何 今則不可不以明春爲期而己耳.)

 
 ▲연암선생이 부임했던 했던 면천 관아의 객사. 1910년 사진. 동익 첫번째 온돌방이 연암선생이 즐겨 사용하던 방이다. 이 객사는 지금은 사라졌다.

가을 풍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추석명절을 대하는 태도는 천양지차다. 박지원은 추석을 앞두고 마음이 들떠 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조상들 묘소와 일찍 죽은 두 형의 묘에 성묘를 할 제수를 모두 준비해 놓고 관찰사에게 휴가를 청했으나 거절을 당하고 난망해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이 편지는 비교적 얼마 전 공개된 자료로 실학자 박지원이 한글을 쓸 줄 모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을 받은 자료다
. 근거가 지극히 간단한 한 줄(覓送而不能作諺書)이어서 믿어지지 않는다. 양반 사대부들의 한글 쓰기는 잘 알려져 있다. 정조임금조차도 집안 이모나 고모 등 여자들에게 보낸 편지는 대부분 한글이었다. 선조임금은 한글로 사서(四書)를 출간케 하기도 했다.


박지원은 대주량가다. 면천군수시절 지역의 특산주인 두견주의 맛과 향에 취해 객사 앞의 은행나무를 쓰다듬고 골정제에 작은 배를 띄우고 주자의 편지글을 암송하며 인생 말년을 스스로 가엽게 생각했다. - 이청 발굴, 박지원 서찰.
 


추석은 조선의 대명절이다
. 조선은 국법으로 추석 앞뒤로 3일씩 7일간을 정식 휴일로 정하고 조정과 전국의 아문의 문을 닫았다. 조선의 추석은 온 가문의 식솔이 모여 조상을 위하고 식솔간의 우애를 다지는 소통의 장이었다. 조선의 대의는 충효다. 유교의 거창한 춘추대의도 충효로 귀결된다.

1797년 충청도 면천군수로 부임한 박지원은 3년간 이곳에서 추석을 보냈다. 하늘은 높고 해는 빛나는데 서리기운이 점점 다가오는 이 가을의 지금은 어김없이 연암선생이 보고 느꼈던 그 가을의 물색이다.

 

 

이전 다음 목록
┃꼬릿글 쓰기
원술랑 |  2017-09-30 오후 1:09: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청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그 간 잘 지내셨는지요?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그럼 추석 명절 잘 쇠시고 가족분들과 덕담 많이 나누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Unify |  2017-09-30 오후 2:42:5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객사의 위풍이 당대하네요..  
ProblemMe |  2017-10-03 오후 6:49: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청선생님은 우리 바둑계의 보배임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좋은글 자주 올려 주세요,,, 감사 함니다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