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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인전 파이팅! 한국바둑 파이팅! 우리들은 자란다! |
▲ 하이원리조트에서 1박2일 펼쳐진 전국연구생바둑캠프.
프로세계의 명문클럽은 유소년 선수육성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축구지존’으로 불리는 메시 같은 선수가 바르셀로나의 유소년시스템이 키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 프로축구단 또한 유소년 체제를 갖추고 있다. 아직 스포츠구단 같은 개념의 프로팀이 없는 바둑계는 한국기원이 연구생제도로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나 소수 엘리트 육성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각 지역 연구생시스템을 가동하고는 있지만 이 또한 중앙집적(集積)인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프로구단제가 요원한 상태에서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꿈나무바둑캠프 같은 프로그램은 한시적(1박2일)이긴 해도 매년 열기에 특별하다. 클럽(구단)대신 프로기전(대회후원사)이 별도의 예산을 들여 유소년 육성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 그러하다. 설령 이미지마케팅 차원이라 한들 그렇다. 기왕 쓰는 돈, 대회상금에 얹으면 이목이나 더 끌 수 있지 바둑캠프 같은 건 신경만 잔뜩 쓰이지 알아주는 일도 아니다.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꿈나무바둑캠프가 올해는 전국연구생바둑캠프로 치렀다. 9월27~28일 이틀 동안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 서울을 비롯한 7개 지역연구생과 순천 바둑고까지 105명의 연구생이 참가했다. 다면기를 펼친 8명의 프로기사와 각 지역 지도사범, 동행한 학부모까지 더하면 150여 명을 훌쩍 넘기는 규모 있는 행사다. 하이원리조트 마운틴콘도 내 플라자동 연회장을 주경기장으로 삼고 첫날은 바둑수련회 위주로, 둘째 날은 심신단련과 자연체험으로 꾸렸다. 전국의 연구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캠프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하이원리조트에 도착한 27일 오후 2시30분부터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연구생대항전’과 ‘프로기사 지도다면기’ ‘전국 친선교류전’을 펼쳤고, 저녁식사 후 김지석-송태곤 프로기사와의 ‘멘토링 토크콘서트’와 신나는 ‘버블마술’ 공연을 즐겼다. 하이원리조트가 자랑하는 주말 밤의 불꽃페스티벌은 덤.
‘연구생대항전’은 이전 각 도장별로 겨루던 방식을 버리고 선수 개개인의 기력을 고려하고 지역 인원에 맞추어 섞고 묶어서 연합 4팀을 구성했다. 한 팀에 12명씩 25분 타임아웃제를 적용한 단체대항전은 말하자면 1군 경기인 셈이다.
하이원팀(전북, 이세돌도장, 양천대일도장), 마운틴팀(부산, 충북, 장수영도장), 힐팀(포항, 대전, 충암도장), 벨리팀(강원, 순천 바둑고)의 에이스들이 출전한 연구생대항전에서는 하이원팀이 3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해 장학금 50만원을 받았다.
▲ 역대 명인의 걸개그림 아래에서 바둑을 두는 미래의 명인들.
▲ 연구생대항전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하이원' 팀. 하이원리조트 홍보팀 허은구 대리가 장학금 50만원을 수여했다. 2위를 한 '마운틴팀'에게는 장학금 30만원이 전달되었다.
명인전 본선에 오른 프로기사 중심으로 한 8인 특별지도대국에는 사흘전 이세돌 9단을 준결승에서 2-0으로 꺾고 결승에 오른 이동훈 3단을 비롯해 김지석, 송태곤 9단, 이태현, 박시열 5단, 나현, 한태희 4단과 명인전 해설위원인 윤현석 9단이 초청됐다. 연구생대항전에 출전하지 않은 학생들이 지도다면기와 친선교류전을 번갈아 두었다.
명인전 본선에 진출한 프로기사 중 2명을 특별히 초대해 프로기사를 꿈꾸는 연구생들에게 조언하는 시간인 ‘멘토링 토크 콘서트’에는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지석 9단과 바둑TV해설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송태곤 9단이 무대에 올랐다.
▲ 송태곤, 김지석 9단이 프로지망생 후배들에게 뼈와 살이 될만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하이원리조트 홍보팀 허은구 대리는 그간 서울의 바둑도장 위주로 바둑캠프를 열어오다가 올해 전국 지역으로 확대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전 지역동호인이나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암 이벤트를 열어오다가 미래 바둑동량을 키우는 데 일조해 보자는 생각으로 꿈나무 바둑캠프로 변환한 지가 올해로 3회째인데요, 1, 2회는 서울만 초청했습니다. 물어봤죠. 다른 지역에는 도장이 없느냐? 알아봤더니 순천 바둑고며 부산, 포항...저희 회사가 위치한 강원도에도 원주에 지역연구생이 있는 겁니다. 해서 전국의 연구생들이 다 같이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한국기원 담당자에게 제안했고 기획을 잘해주셔서...”
동행하는 부모들에게는 식사를 제공하고 객실은 대폭 할인해 주고 있다. 이번에도 20여 명의 가족이 함께 했다.
경북지역 연구생 10명을 인솔하고 온 포항의 이성호 원장은 하이원리조트의 바둑캠프가 아이들한테는 “소풍 차원을 넘어 영광”이라고 했다.
“아무나 올 수 있는 캠프가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기원 연구생 자격조건에다 최고급 시설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 더 센 애들과 대항전을 통해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까요. 일류기사들에게 지도기도 받고요.”
7명의 연구생이 참가한 부산지역은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들이 사범보다 먼저 캠프 신청서를 써가지고 들이밀 정도였다 한다.
한국일보와 한국기원이 공동 주최하고 (주)강원랜드가 후원하는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은 1968년 창설된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기전으로 그간 딱 8명(조남철-김인-조훈현-서봉수-이창호-이세돌-박영훈-최철한)의 명인만을 허용하고 있다. 총규모 4억원, 우승상금은 6,000만원(준우승 2,000만원)으로 올해 42기에는 현재 이동훈 3단이 결승에 선착해 있는 상태이고 맞은편 조에선 박영훈과 박정환 9단이 준결승3번기를 남겨두고 있다.
전국의 연구생들이 처음으로 모여 신나게 즐긴 바둑캠프 1박2일을 사진을 곁들여 스케치했다.
▲ 연구생답게 지도다면기도 최선을 다해!
▲ 부채로 열기를 식히며...
▲ 명인전 본선 16강에 오른 쟁쟁한 기사들에게 특별지도기도 받고. 사진은 나현 4단의 4면 지도다면기.
▲ 에고고...연구생들과의 지도다면기는 고생바가지여! 연구생보다 더 열심히 바둑을 두어야했던^^ 이태현 5단.
▲ 짐짓 뒷짐을 지고 여유롭게 지도기를 두는 척하지만...^^;; 상대는 연구생 2조 학생들. 그것도 작정한 듯 두 명이 나란히 앉아 각 정선과 정선에 덤5집 치수로 지도기를 청해 송태곤 9단을 고생시켰다. 송9단 왈, "세상에 호선 다면기라니...내가 요즘 성적이 신통치 않아 호선바둑 둘 일이 별로 없는 걸 알고 주최측이 일부러 이렇게 붙인 거쥐?" ㅋㅋ
▲ 송태곤, 김지석 9단이 나선 '멘토링 토크콘서트'에 특히 관심을 보인 연구생들. 숨소리조차 놓치지 않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 질의응답 시간. "김지석 사범님께 여쭙니다. 일찍이 바둑신동으로 기대를 받았으나 기대한 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최근 2~3년 전부터 확 좋아졌는데, 어떤 원인이나 계기가 있었던 것인지요?"
(김지석 9단) "그게...20대 초반까지는 바둑밖에 몰랐는데 이 무렵 연애도 하고 바둑 외의 세상도 조금은 알게 되면서 생각하는 폭이 좀 커졌다고 할까. 독서나 여행 같은 경험이 바둑의 기술적인 부분 연마에서는 좀 손해일지 몰라도 크고 길게 보면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저도 연구생때 한판 한판 열심히 했고, 슬럼프도 겪었지만 지나고 생각하니 너무 연연해할 것만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크게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질지라도 더 큰 조합을 얻을 수 있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질문하신 학생은 여자친구 있으세요?" "없는데요..." "예, 정답이 거기에 있습니다! 얼른 연애를 하세요!" 좌중 폭소.
▲ 오늘은 지도사범님들도 자식을 카메라에 담는 부모의 마음을 지닌 '찍사'. 경북지역 연구생사범 강만우 9단과 순천 바둑고등학교 선생님 백지희 2단.
▲ 백지희 2단이 바둑고 학생들과 승부처를 복기하고 있다.
▲ 하이원리조트가 있는 정선군 고한읍의 '숲에랑' 조합에서 지역 특산차와 떡 등을 준비해 인기를 끌었다.
▲ 남들은 다 저녁을 먹으러 간 시간에도 끝까지 남아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 판은...42기 명인전 결승에 오른 이동훈 3단의 지도기. 이동훈 3단은 입단 3년 만에 "연구생 지도기는 처음”이라며 몇년 전까지 연구생이었다가 프로가 된 뒤 이들과 지도기를 둬본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오히려 연구생들의 기를 받아 가야죠.”라고 모기만한 소리로 말했다.
▲ 저녁은 푸짐한 부페식.
▲ 저녁식사 뒤에는 최재원 마술사가 펼친 '버블마술쇼'를 관람했다.
▲ 풍선인형 선물을 서로 받으려고 장내가 난리법석.
▲ 원주에서 온 강원지역 연구생 김주은(봉대초5)이 월척(?)을 하나 낚아 기분 짱이다. 바둑은 그 자체가 재미덩어리라며 모든 부분이 다 재미있지만 특히 '패'가 가장 짜릿하단다. 패는 요술쟁이라는데 골치 아프지 않냐고 물어보니 노타임으로 "아뇨!"라고 답한다. 그럼 수학을 잘하나 보지? 이 역시 "아뇨!" ㅡㅡ;;
▲ 캠프 이튿날은 아침식사를 하고 하늘공원 트래킹을 다녀왔다. 그리고 오전11시부터 2시간 동안 볕좋은 가을하늘 아래 천연잔디구장에서 맘껏 뛰노는 미니올림픽 게임을 펼쳤다.
▲ 학부모들도 다 함께 어울리고.
▲ 미니올림픽 금메달은 충암도장이 차지. 하이원리조트 마케팅팀 최진웅 대리가 상품으로 고급바둑판을 수여했다.
▲ 영광의 뒤안에 상처받은 영혼? 게임을 이기지 못한 서운함을 주체 못해 한쪽에 주저앉아 훌쩍거리는 요런 녀석들 꼭 있다. 순백의 동심이어서 마냥 귀여운...
▲ 어딜 가나 이놈의 인기는...^^ 꽃미남 반상스타 김지석 9단을 에워싸고 따라다니는 연구생들.
▲ 맨마지막 일정으로 프로기사 전원의 사인회가 잡혀 있었으나 미니올림픽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취소되었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잡은 천재일우의 기회인데 그냥 놔줄 리 만무. 결국 김지석9단이 성화에 못이겨 점심을 미뤄야했다.
▲ 식당에서라고 사정이 다를까. 이태현 5단이 수저도 못 들고 사인공세에 시달리는 모습을 맞은편 이동훈 3단이 부러운 듯 쳐다보고 있다. 쩝...명인전 결승에 올라 있는 몸인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네....^^
▲ 우와...앞에 '예비 명인'이 앉아계시네...흐흐...그러면 그렇지. 이동훈도 이제 대세라구!
▲ 내년 하이원리조트에서 다시 만나요!
행수꽁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