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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토토를 하지 못한것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라는 어느 기자.
글쓴이 자객행      조회 545   평점 400    작성일 2018-07-11 오후 3:24:00
스포츠토토, '선택의 문제 아닌, 바둑 부흥의 필수요소'

‘한국바둑사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해를 꼽으라’고 하면 2012년이 될 것




2012년이 하루 남았다. 바둑계로서는 참 다사다난한 해였다. 중국 10대 신예들의 기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20·30대들의 분투로 황사돌풍을 막아내는 등 울다가 웃다가 하며 한 해를 보냈다.

그중 웃은 일이야 앞으로도 더 웃기를 바라면 그만이지만, 아쉽고 안타깝게 지나간 일은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듯싶다. 어제의 잘못을 제대로 반추하지 않고서는 내일을 바르게 설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추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스포츠토토와 관련한 논란이다.

바둑 담당 기자가 아니라 스포츠 기자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바둑계는 올해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찬 셈이다. 누가 어떤 비난의 소리를 하든,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한국바둑사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해를 꼽으라’고 하면 2012년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올해 한국바둑은 바둑을 아끼는 ‘외부의 힘’을 빌려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 숱한 아마추어 종목들이 그토록 바라는 스포츠토토에 진입할 수 있는 입구를 찾은 것이다. 그동안 말이 많던 내부 진통도 투표라는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가라앉혔다.

하지만 손끝에 박힌 작은 가시 하나가 생인손의 고통을 안겨 주더니 결국 다수의 바람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스포츠토토는 물 건너갔고, 기사회의 민주적 투표도 부정됐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바둑토토는 불법의 온상이다?

올해 한국 스포츠계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축구에서 시작된 승부조작 파문은 배구계를 거쳐 ‘국민 스포츠’로 불리는 야구계로까지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스타들이 영구히 자기 무대를 떠났다.

바둑토토도 그런 파동의 곁불을 맞았다. 일부 스포츠토토 반대론자들이 ‘이때다’ 하고 온갖 부정적 가설을 내놓고, 이를 요로에 진정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자 가뜩이나 바둑의 스포츠토토 진입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던 이들(엄밀히 말하면 바둑이 스포츠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들)은 불감청 고소원이라고, 바둑의 스포츠토토 진입을 ‘즐겁게’ 막았다.

그러나 바둑은 분명 스포츠다. 대한바둑협회가 대한체육협회의 정가맹단체이고, 바둑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3개나 딴 효자 스포츠 종목이다. 또 스포츠토토 반대론자들이 염려하는 ‘승부조작’은 스포츠토토와는 원천적으로 무관한 일이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는 승부조작이 어렸을 뿐 아니라 베팅액이 최고 10만원이어서 승부조작으로 얻을 수 있는 대가도 크지 않다. 특히 한두 명을 매수하더라도 변수가 많은 단체경기에서는 성공 확률이 아주 낮다.

예를 들어 배구의 경우 단순히 승패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세트스코어와 세트별 점수차를 모두 맞혀야 한다. 그만큼 승부조작이 어렵다. 매수된 선수가 드러내놓고 경기를 엉망으로 만들면 모를까, 작은 실수는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커버할 수도 있다.

결국 공식 경기를 대상으로 하는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는 ‘승부조작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이 베팅으로 관전의 재미를 키우고, 그런 중에 얻어지는 수익금을 공익적인 일에 사용하는 것이 스포츠토토다.

바둑토토도 그렇게 준비됐다. 한두 경기의 승패를 맞히는 게 아니라 10게임을 연속 맞혀야 하는 만큼 한두 명으로는 승부조작이 불가능하도록 기획됐다.


▲ 지난 2012년 2월 29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이종구 국회의원의 주최로 바둑토토 도입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문제는 불법 사설 베팅 사이트다!

물론 불법 사설 베팅 사이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기는 한다. 실제로 문제를 일으킨 승부조작의 뿌리는 이들 사이트다. 이들은 베팅액의 상한선을 아주 높게 잡고 있다. 스포츠토토와 달리 승부조작이 가능한 다양한 베팅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배구에서는 특정 선수의 서브 에이스나 실패 횟수, 블로킹과 속공 등 여러 형태에 대한 베팅이 가능하다. 야구에서는 선발투수의 1회 포볼 유무를 놓고도 베팅을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한 명만으로도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바둑도 마찬가지다. 어느 선수가 흑을 잡을지, 첫수를 화점에 둘지 소목에 둘지, 천원은 누가 차지할지 등 다른 사람의 의심을 받지 않고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만들어 놓은 베팅 방법에 맞게 승부를 조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바둑이 합법적 스포츠토토의 틀 안에 들어가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바둑이 스포츠토토를 하든 안 하든 이미 불법 사설 베팅 사이트에서는 바둑을 베팅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부산일보는 이종격투기, e-스포츠, 바둑 등을 망라한 불법 사설 베팅 사이트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 파문을 일으킨 승부조작 사건들 역시 이들 사이트에서 빚어진 일이다. 스포츠토토와는 아무 성관이 없다. 따라서 그들 사건과 바둑토토를 연관짓는 것은 부질없는 생각이다. 아니, 바보 같은 일이다. 승부조작이 실제로 벌어진 축구·배구·야구는 그런 뒤에도 계속 스포츠토토를 하고 있는데, 시행도 하기 전에 막연한 추측만으로 스포츠토토 반대를 부르짖는 것은 그냥 반대를 위한 반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아마추어 바둑팬들의 그런 시각은 어느 종목보다도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는 우리 프로기사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며, 일부 프로기사들의 시각은 자기 스스로와 동료들을 ‘예비 범죄자’로 전락시키는 일이다.

△스포츠토토를 하면 격이 떨어진다?

스포츠토토의 사행성 등을 염려하는 것은 분명 부질없는 기우다. 또 “바둑이 베팅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일부 바둑팬들의 ‘충언’은 상식을 벗어난 얘기다. 그런 주장은 축구나 야구팬에게는 일종의 ‘모욕’일 수도 있다.

거듭 말하지만 ‘스포츠토토=도박’이라는 시선은 곤란하다. 스포츠가 발달한 나라는 어디든 스포츠토토를 하고, 아마추어 종목들은 스포츠토토의 대상이 되길 바란다. 스포츠토토를 통해 마련된 기금으로 그 종목을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토토 수익금으로 조성되는 체육진흥기금에서 10%는 경기주최단체 지원금으로 쓰인다. 지난해의 경우 약 541억원이 축구·야구·농구·배구·골프 등 종목 단체의 지원금으로 돌아갔다. 최대 수혜자인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약 316억원을 포함해 2001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1453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해 받은 지원금은 약 98억원이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누적금액은 500여억원. KBO는 지난해 지원금의 50% 이상인 54억4000여만원을 유소년 야구 활성화 사업에 썼다.

축구와 야구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는 것은 이런 지원금으로 유소년을 포함해 아마추어 스포츠를 활성화한 덕분이다.

스포츠토토 지원금은 비인기 종목인 여자농구와 배구의 흥행에도 큰 도움을 줬다. 협회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48%를 스포츠토토에서 지원받는 여자농구는 토토 대상 종목이 된 후 관중이 34%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배구도 관중 증가율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둑이 스포츠토토 대상 종목이 되는 것은 바둑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아니다. 바둑이 스포츠의 궤도에 제대로 들어서는 길이자 나날이 위축되고 있는 바둑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현재 축구협회가 받는 지원금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예산을 유소년과 아마추어 바둑 활성화에 쓸 수 있다면 한국은 세계최강국의 위치를 굳건히 지킬 것이며, 언젠가는 거리 곳곳에서 남녀노소가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게 분명하다.

“단 1억원만이라도 어린이 바둑보급에 기분 좋게 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한 중견 기사의 얘기는 한국바둑계에 경종이 될 만하다.

스포츠토토가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다. 씨름 등 숱한 스포츠들이 토토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듯이 바둑도 다시 스포츠토토 진입을 위한 새로운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글 | 스포츠경향 엄민용 기자]
게재시기 2012년 12월 오로뉴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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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행 | 2018-07-11 오후 3:28  [동감 0]    
바둑토토의 시즌이 드뎌 온 모양입니다. 반대글만 자꾸 반복되기에 미치도록 바둑토토를 해야 한다던 한 기자님의 글을 모셔왔습니다. 오로뉴스글이니 테클은 걸지 않겠지요. 이 글 잘 쓴 글입니다. 글쓰기 달인이니 잘 쓰고도 남죠. 그러나 이분 이번 성룡이 사태에 이 찰진 글로 잘못됐다 이건 아니지 하는 기사 꼭지라도 제가 봤다면 이 글에 일정부분 동조했을 겁니다. 허나 전혀 믿음이 가지 않네요. 오로 기우님들 본격 토토 글이니 한줄 한줄 반격을 해 보시죠^^;;
자객행 | 2018-07-11 오후 3:31  [동감 0]    
이글중 압권은 이 구절입니다.

=“단 1억원만이라도 어린이 바둑보급에 기분 좋게 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한 중견 기사의 얘기는 한국바둑계에 경종이 될 만하다.
자객행
07-11 오후 3:32
누군지는 모르지만 지금 저 사람을 만난다면 얀마 니돈 1원 내고 감동해라 하고 싶네요.
원술랑
07-11 오후 5:57
자객행님, 반갑습니다.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바둑토토에 대해선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참, ‘나생문’을 다시금 읽게 해 주신 자객행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검은잎 | 2018-07-11 오후 11:46  [동감 0]    
상당히 설득력 있는 기자의 글입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이 떠오른 밤입니다.
자객행
07-12 오후 1:03
기자 20년이 넘으니 저정도 글은 써야죠. 한국기원 등 긁어 주는데는 저러면서 한기 방향을 정해줘야 할 때는 정작 침묵을 하니 하여 이글 찾아 올린겁니다. 토토 영업과분석이란 국내 자료를 봤는데 시행 첫해 한기 30억 대바협 10억 정도 잉여금발생 예상을 하더군요.
자객행
07-12 오전 2:47
토토 수익금은 개인에게 인건비나 거마비로는 지출할 수 없답니다. 유소년 바둑시설 교육장비에 무조건 60프로를 써야한다는 군요. 바둑저변을 넓히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프로들 개인에게 돌아갈 돈은 극히 제한적이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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