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이야기 입니다 

얼마 전부터 편의점을 시작했어요. 편의점하면 돈 많이 번다고 그래서 시작은 했는 데 영 시원 찮아요. 편의점이라는 것은 모든 거래가 POS 단말기를 통해 거래가 되므로 가게 주인도 내 물건이지만 돈을 내고 사서 먹어야 되는 이상한 시스템이 편의점이지요. 아마도 일본에서 들어 왔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아요. 일반 수퍼에서는 친구라도 오면 계산없이 음료수라도 한 잔 대접 할 수는 있는 데 편의점에서는 거래가 발생한 것은 반드시 등록을 해야 되므로 친구들이 와서 음료수라도 한잔 대접할라 치면 내돈을 넣어서 계산을 해야 되는 지극히 비 인간적인 시스템이 바로 편이점이랍니다. 

오늘도 점심 시간이 되어 배는 출출한 데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가기는 싫고 ... 그렇다고 컵라면으로 때울려고 하니 내 가게에서 내가 사먹는다는 것이 너무도 아까와서(^^;가게 해보신 분은 내 심정을 잘 아시리라 생각되네요) 그냥 굼식으로 때우려고 하다가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 생각이 나더군요. 

요즘 빵은 공정이 아주 위생적이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삼일정도 지난 것이라도 봉지 내부에 곰팡이가 보이지 않고 이상한 냄새만 나지 않으면 먹어도 전혀 이상이 없답니다. 그래서 그 것으로 점심요기를 하려는 데  갑자기 어제 가게 앞을 기웃 거리던 개 생각이 나네요. 

그래서 그 빵을 그 개가 오면 주고 나는 컵 라면이나 한 개 먹지 하는 차에 단골 손님 한분이 빵을 사 드시면서 한개를 주시네요...이게 왠 떡 아니 왠 빵 ^^ . 

겸양은 세 번 이상이 되면 결례가 되므로 세번의 고사 끝에 점심 값 굳었네 하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띠며 "잘먹겠습니다" 하고 빵을 계산대 아래에 내려 두었지요. 바로 허겁지겁 먹으면 쬐끔 챙피하니깐 ^^ 손님이 가시고 나서 빵을 먹으려고 하는 데 가게 앞에 어제 어슬렁 거리던 개가 보이네요. 얼른 유통기한 지난 빵 봉지를 찢어 나갔더니 어느새 보이지를 않더군요. 아마 내가 뛰어 나가니깐 겁이 나서 도망을 간 모양입니다. 괘씸한 생각에 내가 먹어 버렸지요. 아주 맛있게 먹어 버렸지요. 남은 빵은 오후에 출출할 때 먹어야지 하고 커피 한잔을 마셨지요 

시간이 좀 지났어요. 배가 출출해져서 손님이 사주고 간 빵을 먹으려는 데 아까 도망간 그 개가 가게 앞을 기웃 거리는 것이 보였어요. 그런데 바라보는 눈빛이 엄청 슬프게 보였어요. 옆구리는 어디서 다쳤는 지 털도 한 웅큼 빠져 있고, 원래는 제법 괜찮은 넘 같아 보였는 데 마치 마눌에게 돈 못번다고 구박 받는 나 같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 눈을 보니 아까의 괘씸한 생각은 커녕 너무 불쌍해 보였어요. 먹으려던 빵을 들고 조용히 다가가니 이제는 도망가지도 않고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요. 

                                                    이 넘처럼 생겼어요 ^^
 

근데 그 넘은 빵을 잘 받아 먹고는 인사도 없이 그냥 가버리더군요 ... 정말 개같은 넘이더군요 ... 꼬리라도 한번 흔들었으면 기분이 좀 좋았겠습니까. 

마치 이넘처럼 메롱 하면서 도망가는 것처럼 보였어요 ㅠㅠ  내일 다시 보이면 몽둥이 찜질이나 된장이다. 2003/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