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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남 덕유 눈 구경 가자는 친구의 꼬임에 빠져서 큰맘 먹고 산악회를 따라 갑니다.

산에 제법 뽈뽈거리고 다녔을 때 크게 곤욕을 치룬 기억은 모두 동계 산행 때라서

겨울에는 동면하는 곰처럼 어지간 하면 동계 산행은 잘 나서지를 않습니다.

많은 산꾼들이 능선의 하얀 눈을 바라보면 정신이 약간 이상해 지는 마약같은 눈이지만

눈속에서 하루만 고립 되어 고생해 보면

한 십년동안은 눈만 보면 지긋지긋함을 넘어 두려움이 생깁니다^^

휴게소에 내려 잠시 쉬다가 서리가 내린 진짜 상고대를 봅니다.

보통 겨울의 초입에 서리가 살짝 맺혀 품위있게 단장한 흰색은 보기가 드문데 재수입니다

영각사 주차장에 도착해 주변을 돌아 봅니다. 할미봉쪽의 암봉인 것 같은데 오래 되어 가물거립니다

올라가야할 주능선도 한번 바라보고

잠시올라 탐방센타를 지나니 좌우로 지난밤 내린 눈이 쌓여 있습니다.

남쪽이라 양지바른 곳은 군데 군데 녹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볼만은 합니다

투명해서 깨질 것 같은 찰랑거리는 물도 지나고

흰색으로 치장한 초록 이파리도 구경하고

세상의 모든 잡일들을 덮은 순수함을 바라보며 계곡을 따라 올라 갑니다

오늘 이 코스로 제법 많은 인파가 몰린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한 두팀 밖에 없는 데 오늘은 제법 되는 것 같습니다

몇달 제대로 산다운 산을 가지 못해 무거워진 몸과 다리를 달래가며 오릅니다.

문득 앞으로 점점 더 산 오르기가 힘들어질 것을 생각하니 잠시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영각재에 오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건너편 삿갓봉쪽으로 구름을 허리에 두른 멋진 그림이 보입니다.

이 곳에서 요기를 하고 잠시 쉬다가 정상을 향합니다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에서 하얀 능선을 바라보며 그동안 쌓여있던 찌꺼기를 털어내기 시작 합니다

영각재로 오르는 길도 가파르지만 정상을 향하는 길은 좀 더 가파릅니다

첫번째의 철계단을 만나 힘들게 철계단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얼어 있을 때는 꽤나 위험 하지만 오늘은 얼음이 없어 위험 하지는 않습니다

올라가며 뒤돌아 보는 경치가 발걸음을 더디게 만듭니다

다른 곳도 이런 곳이 제법 있겠지만 이 곳 남덕유는 철계단이 없다면 거의 클라이머 전용의 산입니다.

계단이 없다면 트랙커들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될만큼 바위봉들이 험합니다

이 곳에서 남덕유 정상까지 가는 잠시 동안의 이 멋진 조망을 위하여 그리도 땀 흘리며 올라온 것 같습니다 ^^

올라온 상남리쪽의 경치입니다 .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높은 곳이 지리 천왕봉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에 자주 나오는 철계단 입니다.

흰 눈으로 덮혀 있을 때는 꽤나 멋진 풍경이 되지만 눈이 없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계단이 없다면 이 바위 봉우리를 지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설악의 용아는 금지구역으로 할 것이

아니라 안전시설을 잘 해서 개방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요세미티의 하프돔이나 황산 협곡처럼 안전 시설을 해서 개방을 해야 될 것 같은 데

관리공단의 편의 주의 때문에 안전을 담보로라도 해서

몰래 들어가는 등산객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정말 나쁜 넘들이라는 것은 10여년전의 증거도 있음)

이제 정상이 보입니다.

시야만 맑으면 향적봉까지 구분되는 데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아 삿갓봉과 무룡산밖에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정상석과 함께 사진찍는 분들 때문에 예쁜 정상석은 찍지 못하고

정상아래 공터에서 잠시 쉬다가

눈의 제국, 덕유의 긴 능선을 바라봅니다

이쪽 월성재쪽 사면으로는 어제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월성재 가는 길목으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설화가 눈을 즐겁게 합니다.

눈이 녹았다 얼은 얼음을 가지에 매단 빙화 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멋집니다

눈꽃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월성재에 도착했습니다

월성재에서 계곡으로 떨어지는 이 곳은 제법 가팔라 내려올 때 몇번이나 엉덩방아를 찍었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눈이 얼어 빙판이 되지 않아 넘어지면 넘어진 김에 미끄럼을 타며 재미있게 내려옵니다.

눈이 온지 며칠 되어 조금 다져진 경우는 미끄럼 타며 내려오는 것은 본인도 위험할 수 있지만

뒷사람이 내려올 때 빙판이 되어 곤란을 겪기 때문에 엉덩이 미끄럼은 될 수 있으면 자재해야 됩니다^^

몇번 엉덩이 미끄럼 타다 보니 수정같은 물을 만나고 물소리에 마음 한조각 씻어 봅니다.

혼자 가는 나그네의 뒷모습도 한장 찍어 보고

여정의 마지막을 향해 있는 길을 따라

주차장에 도착하니 눈썹 같은 초승달이 떠 있습니다.

도심으로 돌아와서는 매캐한 매연을 맡으며 또 다른 여정을 꿈꿉니다.
 

산오르는 이유
 
내가 산오르는 이유는
산이 그 곳에 있어서도 아니고
하늘 가까운 정상이 그 곳에 있어서도 아니다
  
내가 산 오르는 이유는
가끔은 다른 누구에도 느낌을 전하고 싶기도 하고
또 가끔은 정상에서 하늘과 얘기하고 싶어서 이지만
 
내가 산오르는 이유는
오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기 때문이고
언제나 오르는 그 것이 좋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