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휴일 아침을 지나 공원화 계획이 있는 연산동 고분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부산 연산동 배산자락에 있는 고분은 천년도 더 오래전
삼국시대 때 지배 계급의 능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작은 무덤중에 그 때의 무덤 있다고는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 발굴해 보지 않은 다음에야 꼭 없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노릇 입니다)
삼국시대 50여기, 고려때 1기 조선시대 60여기가 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습니다만?
그 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근래에 수립된 공원화 계획이 완료되면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주의 왕릉 만큼이나 큰 고분들이 열지어 있는 곳에 공원을 조성하고
그에 걸맞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놓으면 상당한 교육적 효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인이 고분속의 부장품을 도굴해간 이야기라던지,
부족을 지키기 위한 로미오와 쥴리엣의 이야기라던지
뭐 신화라는 것은 만들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고분군이 연산터널 윗편 능선에 있으니
그 부근에서 내려 주택가를 이리저리 돌다 보면 길이 보입니다^^

좌측에 삐죽하게 보이는 곳이 배산입니다.
생각해보니 배산에 오른적은 기억 안날만큼 오래 되었습니다.
예전 거제동에 있을 때 아파트 창을 통해 배산위로 떠 오르는 해를 보며
무작정 산을 따라 가서 올랐던 기억 이외는,
물론 잊어 버리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때가 80년대 후반이니 벌써 이십년도 더 지난 것 같습니다.
늘 보이는 산이라 자주 올랐던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 때 정상에서 고분을 보고 참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천년의 시간도 더 견딘 염원(念願)에 비하면
우리네 삶은 하루살이의 생에 지나지 않기에
더 아름답고, 더 애처로운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천년이 더 지나 그 때의 염원은 이어지더라도
희망도 사랑도 품은 우리네 삶은 어디론가 사라졌겠지요!

공원 조성중이라 출입을 금지 시켜 놓았지만 휴일이라 슬쩍 돌아 보고

연산 자이 아파트를 뒤로 하고 배산을 향합니다.

이정표를 살펴보니 거미줄보다 더 얽혀 있습니다.

고분과 이어진 능선의 끝자락에는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그 때의 것이 없다고는 단정할 수는 없겠지요
아니면 그 때의 묘지 위에 다시 묘지가 만들어 졌을 수도 있겠지요^^
예전 고향 벌초 갔을 때 5대조 할머니 묘을 쓸 때 누구의 묘인지도 모르는
오래된 무덤의 흔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 부근에 사찰이 아닌 일반 가정집이 십여가구정도 보이는 데
길도 없는 이 곳이 부산 최고의 오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절보다 더 산속에 들어와 있는 집이라 ...

근래에 비가 와서 그렇겠지만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도 보입니다.

작은 산에 비해 제법 큰 암릉이 있는 건너편 능선으로 왔습니다.

시내쪽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멋진 조망입니다

암릉이 끝나고 엄청난 계단이 있는 오름길에 도착했습니다.

<무릇, 맥문동>

한참 힘들만 하니 꽃들이 쉬어가라 말합니다.

무릇은 자주 보이는 꽃은 아닌데 눈에 잘 띄입니다.

꽃잎이 열린 고마리도 잘 보기 어려운데 잎이 열렸습니다

꽃의 귀족이지요 ^^

정상입니다. 예전의 기억으로는 정상에 무덤이 한기 있었는 데 보이지 않습니다.

이 곳이 무덤의 흔적 같은 데 ...

멀리 올라왔던 고분군이 보입니다

성냥곽처럼 보이는 집들, 물건 진열대처럼 보이는 아파트

불과 삼백미터도 안되는 높이에서도 세상이 가소롭게 보입니다

보라색 예쁜 맥문동

안내도에 따르면 이 우물터도 천년이 훨씬 지난 곳인데 ... 뚜껑을 열어 보니 물은 많이 고여 있습니다

산사태 겂나는 계곡 사면도 지나고

엄청난 계단을 내려와

배산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도 읽어 봅니다.

고분안에도 무언가 기록이 들어 있었으면

그 때와 지금을 이어주는 열쇄가 되었을 텐데 ...

햇살에 익어가는 고추도 바라보고

언제까지 이 모습을 지키고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골목길도 지나고

주택가를 거닐며 군것질도 하다가

수영사적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아왜나무

공덕비 앞쪽 공터에는 많은 분들이 바둑을 두고 있습니다. 기원보다 규모가 더 큽니다.

그 중 한 곳을 구경한다고 삼십분이나 소요 했습니다.

제법 고수이더군요. 시간적 여유만 되면 만원빵 하고 싶었는 데 ...

수영 강변으로 나왔습니다.

이 곳은 탁 트이는 조망 때문에 기분을 정화시키기는 참 좋은 곳입니다.

인공도 자연이 잘 조화되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경관입니다.

처서 지나고, 추석 지나면 곧 가을이 오겠지요

홍가시나무

신세계앞 할매 할배 나무를 보며 산책을 마칩니다.
안내도를 읽어 보니 가덕도에 있던 수령 500년생 팽나무를
도로확장 때문에 이 곳으로 옮겨왔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름답거나 애처롭거나
 
 이 너른 우주에서 어디 변치 않는 것 있던가요?
불괴(不壞)의 금강(金剛)은 바라지도 않지만
남겨진 시간속에서 믿음 한조각 갖고 싶어요
 
모든 것이 흔들리지도, 변하지도 않는
한량없는 진리의 꽃만 피워낸다면
백년의 세월도 영겁의 형벌과도 같겠지요
 
삶이란 강물위에 일어나는 파문 같은거라
어느틈엔가 변해버리는 젊은날의 열정처럼
때론 아름답게, 때론 애처롭게 흔들리지요
 
파문이 일렁이는 그 짧은 순간 속에서도
번갯불마냥 번쩍이는 찰라의 사랑이 있어
더욱 아름답고, 더욱 애처로운 꽃과 같아요
 
비록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언약 일지라도
내일의 희망 한조각 담겨 있다면
그 또한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답지요
 
비록 잊혀져버릴 사랑의 기억일지라도
과거의 진정(眞情) 한줌 남아 있다면
그 또한 떨어지는 꽃만큼 애처롭지요 
 
 사랑이 피었다가 잠시 머물다가는 시간에는
아름다운 순간과 애처로운 영원이 함께 하기에
때로는 아름답거나 항상 애처롭지요